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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25 16:34
오디오 매니아 - 신문선교수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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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하는 시스템
- 스피커 : AR2, 알텍 마그니핀센트, 알텍 발렌시아
- 프리앰프 : 매킨토시 C20, 쿼드 22
- 파워 앰프 : 매킨토시 MC240, 쿼드 Ⅱ
- 리시버 : 피셔 500B, 피셔 500C
- CD 플레이어 : 마란츠 CD5004, 쿼드 66
- 튜너 : 매킨토시 MR71
- 턴테이블 : AR-XA, AR-XB, 린 손덱 LP12
- 톤암 : 린 베이직 LV X
- 카트리지 : 슈어 V15 V-MR
- 전원장치 : 파워텍 웨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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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은 내딛는 순간, 향긋한 향기가 반긴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고풍스러운 바람이 지나간다.


한참을 자리하고, 튜너를 통해 나오는 음악 한 켠에 귀를 기울인다. 포근하고 매력적인 소리. 화려하고 겉치레 가득한 소리는 아니지만, 빈티지 고유의 들을수록 빠져드는 소리가 삽시간에 밀려온다. 창밖으로 들릴 듯 말 듯한 풍경의 ‘챙챙’거리는 타격음이 배경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든다. 왜 많은 이들이 이런 빈티지 제품의 매력에 빠지는지 자연히 이해가 된다. 중독성 강한 무언가가 그 역시 이끌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어떤 음악이 어떤 지휘자에 의해 어떤 소리로 흘러나오지는 잠시 잊어도 된다. 집 안의 문화적 공간에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차를 마시며, 창 밖의 운치를 보며, 잠시 그 음악들에 몸을 노곤히 녹일 수 있는 그런 곳에 지금 와 있다. 신문선 해설위원의 문화적 공간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그가 음악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천일사의 별표전축을 장만하고, 당시 동네에서는 축제가 벌어졌다. 마을 사람들에게 음악이라는 귀한 즐길거리가 생긴 것이다. 당시 나훈아, 남진, 이미자 등의 노래가 전축을 통해 흘러나왔고, 그 소리라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신기한 체험이었다. 그때 조금이나마 오디오라는 것에 대해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회상한다. 오디오라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그때 깨우쳤던 것이다. 형제들이 트랜지스터 라디오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이것저것 집안에 들여놓았는데(물론 귀한 것이라며 만지지도 못하게 했지만), 자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어깨 넘어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던 수많은 음악들, 모두 그에게 있어 값진 추억이 된다.

지금에 와서 그가 라디오를 즐겨 듣는 이유도 모두 이런 추억 때문이란다. 그에게 있어 추억 없는 시스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소한 추억들이라도 하나하나 깃들여져 있다. 이런 추억들을 통해 시스템을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소리를 쫓기보다는, 추억을 쫓는 사람이다. 상당히 인간적인 접근 아닌가.


운동선수들은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음악으로 이런 것을 보완하고자 하는 바람에서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외 원정을 갈 때마다 음악은 동반자였고, 이것저것 고심해가며 카세트테이프나 CD를 사 모으기도 했다. 책이나 음악으로 마음의 여유를 찾았던 것이다. 그가 연세 대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원정 경기에 대한 초청이 왔다. 이러한 것을 계기로 일본 친구도 몇몇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한 친구의 집에 초대되어 문화적 충격을 받게 된다. 반다지 등 고가구로 꾸며진 집,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지금 와서 회상하면 알텍), 집안 한 켠에 놓여진 달항아리, 다양한 목기들…. 정신이 잠시 멍해질 정도로 큰 감동이었다고 한다. 

한 편으로는 이 아름다움과 기품을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느껴야 했다니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결심한다. 나도 내 집에 한국적인 나만의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고…. 지금 그가 갖추어 놓은 고가구들이며, 차(茶)에 대한 문화, 조선 목기들 모두 그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오디오의 감동을 못 잊어 빈티지 시스템에도 하나둘 도전하게 되었다. 옛 시대의 감동을 지금 여기서 즐기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추억에 남는 시스템으로, 70년대의 소니 CF-580 카세트 라디오를 꼽는다. 가장 처음 개인적으로 가져본 기기이고, 당시 가격도 그리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어서, 처음 구입한 날 가슴 속에 품고 잤던 추억을 떠올린다. 처음 기기를 장만했을 때의 기쁨은 많은 이들이 잘 알 것이다. 그 역시 그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제품으로, 아직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때 정말 원 없이 테이프와 라디오를 들었다고 하니, 아마 이 제품과의 추억도 아주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빈티지 오디오에 빠진 것은 대략 10여년 전. 피셔 250T와 자작 스피커로 시작했다. 처음 들었던 소리는 황홀 그 자체. 빈티지만의 묘한 매력이 가득한 추억의 소리에 빠져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한다. 자작 스피커는 아직도 애착을 가질 만큼 좋아하는 제품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들어보니 작지만 당찬 아주 매력적인 소리를 내주었다. 음악이 음악을 부르는 묘한 감흥에 빠져, 하루가 부족한 그 시간을 원망하는 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에게 왜 하필 최신의 오디오 기기들이 아닌 빈티지 오디오에 빠지게 되었는가 묻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나는 옛 것이 좋다’ 어렸을 적 소리를 통해 동네 잔치가 벌어진 것이 그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소리에 대한 경외감, 그것이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정확한 소리들은 물론 압도적이지만, 이런 60-70년대의 추억의 소리와는 상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 들었던 극장의 알텍 소리들, 그는 그런 것들을 찾고자 한다. 축구화를 예를 들어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새로운 축구화가 선보였는데, 많은 축구 선수들이 아직도 이 운동화를 선호한다. 물론 최신의 축구화들이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것으로 무장하여 나오지만, 편안함에서는 이 고전 축구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빈티지 오디오도 마찬가지다. 낯설지 않은 편안함이 깃들여져, 최신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요즘의 소리는 낯설고 불편하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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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오디오를 하면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은 전기·전압 문제였다. 빈티지 오디오 특성상 110V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운트랜스가 필요했는데, 이것이 엄청난 소음과 노이즈를 유발했던 것. 어느 하루 비오는 날 조용히 음악을 듣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는데, 소리를 한참을 추적해보니 바로 이 다운트랜스에서 나고 있던 것이다. 일단 한 번 들리기 시작한 소리는 계속 신경이 쓰이고, 주위의 추천을 받아 슬라이닥스를 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소리에 대한 것은 마찬가지. 그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맞은 심각한 고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파워텍의 제품을 추천하여, 이것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처음 연결하자마자 함박웃음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고민이 한 번에 해결되었던 것. 더구나 음악도 한층 더 훌륭한 소리로 업그레이드되어 흘러나왔다. 

전기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그때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나에게도 첨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이후로 그는 오디오 하는 지인들에게 전기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어필한다고 한다. 불안정한 전기로는 음악의 본질을 100%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가 한 번쯤 들여 보고 싶은 기기들로 탄노이 블랙이나 레드, 그리고 알텍 604B를 꼽는다. 지금의 AR 스피커들과 완전히 성향이 다른 것들이기 때문에 자연히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발동한 것이다. 실제로 여러 지인들의 집에 방문하여 이 제품들을 들어보았다고 하는데, 또 집에 와서 AR 스피커를 들으면 역시 난 AR 취향이라고 독백하기도 한다. 그는 철저한 AR 마니아였던 것이었다. 

AR 스피커를 처음 접한 것은 영국의 에딘버러였다. 한국과 가나의 평가전이 있었을 때인데, 우연한 기회에 어느 바에서 AR 스피커를 발견한 것이다.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에서 한층 가라앉은 듯한 그 독특한 매력은 그에게 큰 감동이었다. 그 때 이후로 AR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같다. 그 후로 AR1, AR2, AR3을 줄기차게 들었는데, 모두 각자의 매력이 다르다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참을 고민 끝에 AR2를 선택하고, 쿼드 22와 Ⅱ, 그리고 66의 매칭으로 세팅해 놓았다. 클래식의 현이 특히나 매력적인데, 한동안 여기에 빠져 새벽마다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그에게 있어 오디오는 거창하게 자랑할 것이 아니다. 

자신의 추억들이 깃들여져 있고, 자신의 공간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화이다. 즉, 문화의 컴포넌트인 것이다. 차를 마시며 어느 순간 흘러나오는 현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기도 하고, 또 지난 일들을 회상하기도 하는 삶, 그것이 그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이라 전한다. 

 

월간오디오 2011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