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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25 17:02
오디오 매니아 - 서초동 이종신 씨
 글쓴이 : 파워테크
조회 : 627  

Audio Mania  - 서초동 이종신 씨 

 

바오밥나무 그늘에서 음악을 듣다   글 김문부 기자

 

 

 


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 AR1, AR2, B&O 베오복스 RL140, 젠센 슈퍼 트위터 
인티앰프 : 매킨토시 MA6100, 피셔 알레그로 
CD 플레이어 : 오라 CDP, 파이오니아 PP-TM1, 인켈 CD5090RG
턴테이블 : PE 2020
전원장치 : 파워텍 PAV-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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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게 하는 참을 수 없는 향기에 매료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 진득한 커피의 향, 왜 많은 이들이 이곳을 그렇게 반기는지 그 향기만으로도 자연히 알 수 있다. 
사뭇 무심한 듯 커피를 타는 주인장의 모습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커피를 
사랑하고, 또 얼마나 오랫동안 공부했나, 그의 열정과 자긍심을 알게 한다. 커피의 향기가 실내 공간을 빼곡히 매울 때쯤, 
잔잔하게 울려 퍼지던 클래식 선율이 커피와 함께 노릇하게 익어간다. 볼륨을 약간 올리자 AR 특유의 이미지가 실내 가득 
번지며, 그 매력의 선율들이 한 아름 증폭된다. 숙성된 커피의 맛도 일품이지만, 식도를 넘어가는 그 부드러움도 깊은 따뜻함을 남긴다. 커피에 대해 애정 어린 이야기를 하는 주인장의 눈빛과 표정에서, 긴 세월과 각고의 노력이 느껴진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오디오의 고유한 정서도 어느 곳 부럽지 않다. 음악에 커피향이 서려 있고, 커피에 선율이 첨가되어 있다. 고소한 
조합이다. 바오밥나무, 그 이름처럼 독특하고 매력적인 공간에 앉아 있다. 진정한 커피의 맛과 음악의 참된 재미를 전해주는 
이종신 사장, 그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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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른 이들처럼 처음부터 클래식에 빠진 것은 아니다. 클래식은 CF나 영화에서나 자주 등장하는 그런 배경음악 정도로만 생각해온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직원 중 한 명이 지금 나오는 클래식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기습적으로 질문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위기의 순간. 분명 많이 들어왔던 멜로디에도 불구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한마디도 못하고 얼굴이 새빨개진 채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부끄러운 추억. 그때부터 문화적으로 무지하다는 생각에 본격적인 음악 탐미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별표전축을 할부로 어렵사리 구입하고, 늦었지만 음악이라는 문화생활을 해보자는 포부로 가득 찼다. 당시 LP를 주로 들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매장에 들를 만큼 LP 사는 재미에도 흠뻑 빠져 살았다. 왜 이제야 이런 재미를 알았는가 하는 기쁨의 한탄을 머금은 채 음악적 풍요로움을 그제야 깨우쳤다. 처음 산 LP를 추억하는데, 만토바니 오케스트라의 <The American Scene>이라는 음반. 아직까지도 가끔 찾아 듣는 음반인데, 가게 문을 닫을 때쯤 한 번씩 그 추억을 생각하며 LP를 걸어놓는다. 푸근하고 옛 추억이 생각나는 나름의 명반. 지글거리는 그 소리조차 매력적이다.

 

전축에서 벗어나 앰프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였다. 무작정 세운상가를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며, 오디오에 대한 것을 깨우쳤다. 그곳에서 처음 구매한 것은 롯데 앰프와 이름 모를 스피커 한 조. 물론 처음 들이자마자 스피커 소리에 크게 실망한 나머지, 다른 것으로 교환했지만, 그것조차도 큰 재미였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리의 변화가 귀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 당시 충무로 음악 카페를 전전하면서, 소리에 대한 재미를 한참 키워나가고 있던 시점이었기에 더욱 신이 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방을 든 여인’에 대한 곡들을 주로 신청했는데, 너무 자주 신청한 나머지, 모든 버전을 연달아 틀어주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그 후 다시는 그 곡을 들을 수 없었다.

 

그의 실질적인 오디오 인생은 바오밥나무와 함께 시작된다. 커피를 그렇게 밤낮으로 공부하던 시절에 음악은 그에게 애정 어린 동반자였고, 미래를 꿈꿀 때 역시 음악이 함께 했다. 그러던 차에 커피숍에서 음악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그 음악에 대한 퀄러티를 높이고자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에게도 자신이 느꼈던 음악적 감동을 주고자 하는 바람이 컸던 것이다. 누군가는 그냥 무리하지 말고 미니 컴포넌트를 장만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지만, 좀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자 하는 신념이 더 강했다. 하지만 역시 매장에서 오디오를 갖춘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큰 모험이었다. 오랜 오디오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집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과연 제대로 소리나 날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던 것. 여러 오디오 매장을 둘러보고, 지인들에게도 많은 조언을 얻으며, 한참의 시간이 지나 하나의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었다. B&O 베오복스 RL140 스피커가 그 첫 번째인데, 운 좋게 지인으로부터 신동품급을 구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 후 마란츠 2285 리시버를 시작으로 인켈 CD5090으로 들였는데, 매장의 공간에서도 제법 좋은 소리를 뽐내주는 기특한 역할을 해냈다.

 

좋은 소리와 음악은 대번에 손님들이 먼저 알아차렸다. 커피를 마시면서, 지금 흘러나오는 것이 어떤 음악인가 관심을 가졌고, 소리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바오밥나무를 단순한 커피숍이 아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즐기기 시작한 것. 이것을 계기로 주말마다 작은 음악회를 열기로 결심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좀더 값진 문화적 행복을 주기 위해서이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들으며 그 배경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 그것이 이 음악회를 수년간 이끌어 온 큰 원동력일 것이다. 음악회에 쓰인 프린트물만 하더라도 학술지 두께의 4권 분량. 실제로 이 프린트물들은 직접 제본하여 4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있다. 실로 대단한 열정 아닌가.

 

아담한 공간이지만, 곳곳에 많은 재미들이 숨어 있다. 벽에는 미술품들이 걸려 있고, 한편에는 아기자기한 바오밥나무 소품들이 자리한다. 특히 미술품들은 실제로 미술가·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꾸며지는데, 매달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모조품은 절대로 걸지 않는 것이 철칙. 바오밥나무 소품들도 모두 오고가는 인연들이 해외를 다녀오면서 선물한 것이다. 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주인장과 인연을 만들고, 소소한 문화적 재미에 기쁨을 얻어 가는지 자연히 이해가 간다.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끌어들이고, 문화적 전파가 많은 이들의 입소문으로 또 퍼져나간다. 그가 바오밥나무를 개장할 때부터 생각한 신념이다. 커피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여흥인 것이다. 이곳을 바오밥나무라고 이름 붙인 것도, 그 거대한 나무 그늘 아래 사람들이 모여 잠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에서이다. 더구나 더운 지역에서 나는 나무인 만큼 그 그늘이 얼마나 달콤한지 상상해보라. 더구나 그 그늘 아래서 귀를 간질이는 음악이 들려온다면 또 어떤가. 천상 오래 앉아서 커피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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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도 많은 오디오 시스템들이 오고갔는데, 재미있게도 이 역시 모두 고객들의 입김이 작용했다. 고객들이 제품을 추천하면 거기에 이끌려 또 하나의 제품을 들여오고, 또 사운드가 마음에 안 들면 처분하고, 그렇게 오고간 제품들만 수십 종. 최근에서야 완성한 AR1, AR2 스피커와 피셔 알레그로 인티앰프, 그리고 파워텍 PAV-3300 전원장치도 가게를 오고가는 손님들의 끊임없는 추천 때문이다. 사실 전원장치에 대한 효과는 의아해서, 제법 망설였는데, 실제로 파워텍 제품을 써보니 정돈되고 안정된 무대로 보답해주었다. 누군가의 헛된 추천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끌려 다니다보니, 그에게도 하나의 철칙이 생겼다. 다른 집에서는 절대 오디오를 듣지 않겠다는 것. 또 거기에 혹하여 선뜻 바꿈질을 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오디오는 절제해야 한다. 그의 최근 신념이다.

 

현재 대편성과 소편성으로 나누어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소편성에는 AR2·피셔 알레그로 조합, 대편성에는 AR1·매킨토시 MA6100 조합이다.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기에, 제법 다채롭게 음악을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매력은 음악회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해설과 함께 그에 걸맞은 음악들이 등장한다. 굉장히 매력적이지 않는가. AR의 매력들이 잘 드러나는 조합이다.

그는 언제나 오디오에 대해 조심스럽다. 다른 이들처럼 오디오에 대해 많은 열정을 투자한 것도 아니고, 다만 음악과 인연이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때론 손님들이 놓고 간 음반들이 또 다른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실제 음악가들이 이곳을 찾아 직접 음반을 건네준 추억들에 감사하게 된다. 그에게 바오밥나무는 하나의 커다란 인생이다. 자신의 추억이자, 누군가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공간, 바오밥나무의 그늘은 언제나 달콤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