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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쿠팡플레이의 오피스 코미디 '직장인들'. 쿠팡플레이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직장 빌런 썰’을 열심히 찾아 읽은 적이 있다. 메신저에서 모든 답을 “ㅖ”로 하는 신입사원, 용변을 볼 때마다 집에 다녀오는 동료, 매번 분식집에서 회식하는 부장... 이런 사람들이 어디 있냐며 황당해하면서도, 나중에는 일부러 그런 글만 찾아 읽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일터의 환경은 천차만별이지만 노동이 남기는 감정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조건 은 대체로 비슷하다. 무기력한 출퇴근길, 동료와의 어색한 대화, 위계에서 오는 긴장과 불안. 많은 사람들이 ‘직장인 이야기’를 찾아 읽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근심들을 공유하며 그것이 보편적 경험이라는 사실에 안도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창작물에서 ‘직장’은 다수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적인 배경이 된다. 특히 이 공간이 품은 필 농지담보대출 연적인 불편함은, 코미디가 작동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왓챠의 웹 드라마 '좋좋소',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MZ 오피스' 같은 코미디 쇼들은 직장인의 정서에 밀착한 공감대를 형성해 몰입을 유도하고, 등장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한국 직장 문화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들을 비추어 ‘한국형 오피스 시트콤’의 문법을 고금리대환 갱신했다.
'직장인들'이 공감 사는 이유는
쿠팡플레이의 오피스 코미디 '직장인들'. 쿠팡플레이 제공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콘텐츠 '직장인들' 역시 이 계보를 따르는 오피스 시트콤 원금균등상환vs원리금균등상환 이자, 출연진들의 즉흥 연기를 요구하는 콩트 포맷의 리얼리티쇼다. 작품은 유명 연예인의 이미지 컨설팅을 담당하는 가상의 연예기획사 ‘DY기획’을 배경으로, 서로를 이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직원들의 소리 없는 갈등과 사소한 눈치 싸움을 그려낸다.
'직장인들'이 만드는 웃음은 ‘노동은 힘들다’는 관습적인 공감에서 비롯된다. 작품 속에서 직장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학자금대출 잠시도 머물고 싶지 않은 공간이며, 동료 또한 되도록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직장은 삶의 터전이자 반복되는 일상의 중심이기에 사람들은 일터가 싫고 미워도 그 감정을 억누른 채 동료들과 어색한 소통을 이어간다. '직장인들'은 그때 발생하는 굴욕감을 웃음으로 전환하고, 나아가 캐릭터를 통해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며 카타르시스를 만든다.
또한 '직장인들'은 전신이라 할 수 있는 'MZ 오피스'와 달리 갈등의 중심에 특정 인물을 고정시키지 않고, 모든 인물이 서로의 ‘빌런’이 되는 동역학을 보여주며 오피스 코미디의 핵심을 짚는다.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기어코 꺼내 모두를 당황하게 만드는 ‘눈치 없는 주임’ 김원훈도, 일에 큰 의욕은 없어 보이지만 화가 나면 누구에게든 막말을 서슴지 않는 ‘젠지 직원’ 지예은도 모두 서로의 상대적 ‘빌런’일 뿐이다. 모든 등장인물이 ‘빌런’인 작품은 결국 그들을 탄생시킨 구조를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모두가 서로의 ‘빌런’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특정 인물을 희화화하지 않는 균형감을 보여주지만, 정작 그들이 왜 ‘빌런’이 되었는지를 파고들어야 하는 순간, 유명 연예인 게스트와 주고받는 즉흥적인 콩트로 장르를 선회하여 극중 직장인들을 ‘사무실’이라는 배경 안에서 기능적으로 존재하는 캐릭터에 머무르게 만든다. 작품은 직장 생활에서 비롯된 피로와 긴장감을 반복적으로 재현하지만, 그 감정이 어떤 구조적 맥락에서 발생했는지 끝내 질문하지 않으면서, 이 복합적인 노동 서사를 ‘직장 생활은 힘들다’는 공허한 메시지로 급하게 봉합한다.
코미디, 다양한 노동자의 삶 다뤄야
서울시내 한 쿠팡물류센터에 2월 26일 배송 트럭들이 서 있다. 뉴시스
내가 '직장인들'을 보며 품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 노동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많은 작품들이 유독 사무직군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코미디를 만든 제작사는 수많은 물류창고를 가진 ‘쿠팡’인데, 책상도 회의실도 없이 일하는 이들의 노동은 왜 더 자주 재현되지 않을까? 노동 사고에 대한 책임 회피로 비판받는 기업이 노동자의 삶을 코미디로 다루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직장인들'은 재난 수준의 더위 속 물류창고가 탄생시킨 작품이지만, 그 작품이 만드는 공감과 웃음은 정작 그 현장을 외면했다. 코미디가 특정한 노동 조건을 반복해서 재현하고, 또 다른 노동의 형식을 완전히 배제할 때 그것은 웃음을 빌미로 노동의 위계를 재생산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직장을 배경으로 삼은 콘텐츠가 모든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작품이 다루는 대상의 삶과 현실을 외면하지는 않아야 한다. 노동이 지닌 불균형과 갈등, 노동이 주는 모멸과 굴욕을 웃음으로 이용할 거라면, 노동자의 삶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 거리에서, 고공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를 기다리고 있다.
복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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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4-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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